ep01
2089년. 서울 상공에 광고 드론 떼가 날아다니고, 지하엔 무인 화물 터널이 뚫려 있고, 사람들은 망막에 이식된 렌즈로 세상을 본다. 그리고 비트코인은 더 이상 화폐가 아니다.
비트코인은 종교다.
타코는 새벽 네 시에 눈을 떴다.
정확히는 눈을 감지 않았다. 세 개의 홀로그램 모니터가 어둠 속에서 파랗게 빛나고 있었고, 그 빛이 타코의 얼굴을 지하 수족관 속 물고기처럼 물들이고 있었다. 반지하 원룸. 천장에는 누수 자국이 반달 모양으로 퍼져 있었고, 환기구에선 상반기 내내 같은 냄새가 났다. 기름과 콘크리트와 누군가의 음식 냄새가 섞인 것. 이름 붙일 수 없는 냄새.
차트가 움직이고 있었다.
비트코인 가격이 새벽 세 시 사십칠 분부터 조용히 오르기 시작했다. 타코는 화면을 손가락으로 밀었다. 1시간봉. 4시간봉. 주봉. 거래량 막대가 평소의 세 배였다. 누군가 사고 있었다. 크게, 조용히.
"또 고래야."
타코는 중얼거리며 냉장고에서 캔을 꺼냈다. 차가웠다. 손바닥에 닿는 감촉이 유일하게 실감 나는 것이었다. 한 모금 마시고 다시 화면을 봤다. 가격이 또 올랐다.
2089년의 비트코인은 1코인에 9억 원을 넘어섰다. 국가가 발행하는 화폐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믿었다. 한국 정부는 2071년에 공식적으로 비트코인을 제2 법정통화로 인정했고, 2년 뒤엔 일본이, 4년 뒤엔 EU 절반이 따라왔다. 달러는 여전히 살아 있었지만, 아무도 달러를 믿지는 않았다.
믿음과 신뢰는 다르다. 타코는 그걸 알고 있었다.
타코의 본명은 기록에 없다.
정확히는 있었는데 지웠다. 2081년, 스물두 살 때. 신분 세탁은 불법이었지만 완벽하게 지우는 것도 불가능했다. 그래서 타코는 지우는 대신 덮었다. 타코라는 이름을 모든 곳에 심어 놓았다. 거래소 계정, 노드 주소, 다크넷 포럼, 심지어 정부 민원 포털까지. 타코. 타코. 타코. 이름이 너무 많으면 진짜 이름처럼 보인다.
열아홉 살에 처음 비트코인을 샀다. 당시 가격으로 0.003코인. 어머니 지갑에서 꺼낸 오만 원으로. 어머니는 몰랐다. 타코는 그 0.003코인을 2년 동안 팔지 않았다. 팔지 않은 게 아니라 팔 수 없었다. 화면 속 숫자가 올랐다 내렸다 올랐다 내렸다 하는 동안, 타코는 그게 살아있다고 느꼈다. 자기 심장 같은 것.
지금 타코의 지갑엔 1.7코인이 있었다. 8년 동안 모은 것. 원화로 15억 3천만 원. 팔지 않았다. 팔 수 없었다. 그게 전부이기 때문에.
새벽 다섯 시. 차트가 흔들렸다.
갑자기, 수직으로, 아래로.
타코는 캔을 내려놓았다. 손이 먼저 움직였다. 화면을 열었다. 닫았다. 다시 열었다. 숫자가 떨어지고 있었다. 9억 1천. 8억 7천. 8억 2천. 1분 만에 10퍼센트.
"플래시 크래시."
타코는 소리 내어 말했다. 말하면 덜 무섭다. 거짓말이었다.
거래소 공지가 올라왔다. 망막 렌즈에 직접 띄워지는 알림. 빨간 글씨. 유동성 공급 일시 중단. 시스템 점검 중. 타코는 알림을 손으로 쳐서 껐다. 점검이 아니었다. 누군가 팔고 있었다. 아까 그 고래가. 올리고 나서 팔았다. 전형적인 펌프 앤 덤프였다. 타코는 알고 있었다. 알면서도 차트를 보고 있었다.
8억. 7억 5천. 7억 1천.
타코의 1.7코인이 실시간으로 녹고 있었다. 숫자로 보면 2억 가까이 사라지는 중이었다. 타코는 팔지 않았다. 팔 수 없었다. 손이 매도 버튼 위에서 멈췄다. 손가락이 화면 0.5센티미터 위에서 떨고 있었다.
팔면 끝이다.
팔지 않으면 더 떨어질 수도 있다.
그 사이 어딘가에 타코가 있었다.
포럼 알림이 왔다. 아이디 Nakamoto_Ghost. 타코가 유일하게 신뢰하는 사람. 본 적 없는 사람. 얼굴도, 목소리도, 이름도 모르는 사람.
메시지는 짧았다.
지금 사.
타코는 화면을 응시했다. 7억 3천. 7억 1천. 계속 떨어지고 있었다. 지금 사라는 건 미친 소리였다. 가진 원화가 얼마 없었다. 600만 원. 비상금. 어머니한테 보내야 하는 돈.
타코는 600만 원을 환전창에 넣었다.
손가락이 확인 버튼 위에서 다시 멈췄다.
창밖에서 배달 드론이 지나갔다. 윙 하는 소리. 새벽 다섯 시의 서울은 그래도 돌아가고 있었다. 누군가는 음식을 시키고, 누군가는 자고 있고, 누군가는 타코처럼 화면 앞에서 손을 떨고 있을 것이다.
타코는 눌렀다.
600만 원이 사라지고, 0.0082코인이 지갑에 들어왔다. 가격은 계속 떨어졌다. 7억. 6억 8천.
타코는 빈 캔을 쥐었다. 손바닥이 땀으로 젖어 있었다.
Nakamoto_Ghost에게 답장을 보냈다.
샀어. 이유가 뭐야.
답장은 오지 않았다. 항상 그랬다. 그 사람은 말하고 사라졌다. 타코는 그게 싫으면서도 매번 따랐다. 왜인지는 몰랐다. 아니, 알고 있었다. 그 사람이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리고 한 가지 더.
그 사람이 보내는 메시지엔 항상 냄새가 났다. 텍스트에서 냄새가 날 리 없었다. 그런데 났다. 무언가 불타는 냄새. 회로 같기도 하고, 종이 같기도 한.
타코는 그게 뭔지 알고 싶었다.
그게 욕망인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인지는 아직 몰랐다.
가격은 새벽 여섯 시 정각에 멈췄다.
6억 6천.
그리고 아주 천천히, 다시 올라가기 시작했다.